돈 내도 비닐봉투 못 산다고?…편의점 벌써부터 혼란

입력 2022-10-20 22:00   수정 2022-10-21 09:17

"비닐봉투가 다 떨어져도 발주를 넣을 수가 없어요. 본사에서 이미 중단 조치를 내렸거든요. 손님들은 상황을 모르니 일회용 비닐봉투를 못준다고 하면 화내시는 분들도 종종 있죠."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김모 씨(42)는 일회용 비닐봉투를 주는 문제를 두고 손님들과 실랑이하는 일이 잦아졌다. 다음달부터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는 데 맞춰 본사에서 이미 발주 중단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한 달 이상 남은 시점에 벌써 비닐봉투가 다 떨어졌다는 것. 대안으로 종량제 봉투 구매를 권하고 있지만, 개정안 시행 사실을 모르는 고객들이 기존 봉투보다 비싼 종량제 봉투 구매 권유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이 잦다.

다음달 24일부터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편의점업계는 다회용 봉투와 종량제 봉투를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시행 전부터 벌써 소비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편의점과 제과점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11월24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비닐봉투를 매장에 따라 20∼1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다음달 24일부터는 돈을 내도 일회용 비닐봉투를 구매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기존 대형마트 등에서 편의점·제과점까지 규제 범위가 넓어졌다. 만약 일회용 봉투를 판매 또는 무상 제공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식당·카페에서는 일회용 종이컵과 빨대, 야구장에서는 일회용 비닐 응원봉 사용이 금지된다.

시행이 한 달여 남았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현장에선 이미 비닐봉투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기 김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모 씨(23)는 "이번주에 비닐봉투 재고가 다 떨어져 손님들에게 일일이 알리고 있는데 막무가내로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제 한 손님은 일회용 비닐봉투가 없다고 하자 크게 화를 내며 사려던 물건 십여가지를 카운터에 쏟아놓고 그냥 나가셨다. 비싼 종량제 봉투를 강매하는 거냐고 오해를 한 것 같다"며 "며칠 사이에 이런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여러번 있었다"고 했다.

인근 또 다른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 강모 씨(22)도 "편의점에서 1년 가까이 알바를 했는데 봉툿값을 받을 때도 불만인 분들이 많았다"면서 "최근 봉투가 떨어져 항의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니 점주께서 따로 비닐봉투를 구해와 담아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편의점 본사들은 대부분 비닐봉투 발주를 이미 막았다. GS25는 7월부터 개정안 관련 내용을 점포에 공지해왔고 지난달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발주를 중단했다. 또 매장에 종이봉투와 종량제 봉투 활용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비치하고, 관련 내용을 매장 포스기 고객 화면 등에도 안내할 계획이다. 8월부터 순차적으로 일회용 봉투 발주를 줄여온 CU는 이달부터 발주를 전면 중단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비닐봉투 발주를 줄이고 있다.

일단 편의점 업계는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일단 종이봉투, 다회용 봉투, 종량제 봉투 등으로 일회용 비닐봉투를 대체하고 있다. 편의점 GS25(100∼200원), CU(100∼250원)와 세븐일레븐(100∼150원)은 종이봉투를 각 사가 정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다회용 봉투는 3사 모두 500원에 판매한다.

종량제 봉투는 서울시 기준 10L 250원, 20L 490원 등 지자체별로 정해진 가격에 따라 판매된다. 종량제 봉투의 경우 점주가 지자체에서 직매입하고, 다회용 봉투나 종이봉투도 얼마나 발주할지 점주가 결정해야 한다. 다만 다회용 봉투는 일반 봉툿값보다 최대 20배 이상 비싼 데다 지역 주민의 아닐 경우 종량제 봉투는 사용이 불가능해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다.

직장인 최모 씨(29)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다회용 봉투 가격(500원)도 매번 산다고 하면 부담이 된다"며 "사람들이 장바구니나 다회용 봉투 챙기기를 깜빡하는 경우가 많고 그때마다 매번 다회용 봉투를 살텐데 이 또한 환경오염 아닌가. 일회용 비닐봉투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회용 봉투 사용 금지로 인한 편의점 점주·소비자 간 의견 차로 시행 초기 몇 달 간은 혼선이 예상된다. 제도 연착륙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홍보와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에 대한 소비자 반발을 덜도록 사회적으로 설득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편의점 업계도 소비자 부담을 줄이면서 비닐봉투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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